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경제, 안보, 사회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현재,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발표한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을 통해 자국의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공개했다. 반면, 중국은 국제 AI 기구 설립을 주도하며 글로벌 표준과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 미국의 AI 행동 계획: 규제 완화와 기술 우위 확보
1.1. AI 행동 계획의 배경과 주요 내용
2025년 7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AI 경쟁에서 승리하기(Winning the AI Race)' 정상회의에서 AI 행동 계획과 관련된 행정명령 3건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국의 AI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전략적 로드맵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를 포함한다:
규제 완화: AI 개발을 저해하는 연방 및 주 차원의 규제를 통합하고 완화하여 민간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마르크스주의적 각인을 남겨선 안 된다"고 언급하며, 과도한 규제가 기술 발전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수출 촉진: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글로벌 수출을 장려하여 미국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한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강화: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전력 공급 절차를 간소화하여 AI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한다.
동맹국 우대 정책: 미국과 동맹국 간 AI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특히 한국과 같은 동맹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이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의 'AI 안전 및 신뢰' 중심 정책을 폐지하고, 대신 '중국 견제'와 '신속한 기술 개발'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 이는 미국이 AI 개발에서 속도와 규모를 중시하며, 중국의 빠른 추격을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2. 주요 특징과 목표
미국의 AI 행동 계획은 민간 중심의 혁신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Stargate Initiative)와 같은 대규모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인텔과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의 구조 개편을 중재한다. 또한, TSMC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관세 압박을 통해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민간 투자 장려: 정부는 민간 기업의 AI 연구개발(R&D)을 지원하며, 특히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촉진한다.
중국 견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여 중국의 AI 생태계 확장을 억제한다.
글로벌 표준화: 미국의 AI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
1.3.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AI 생태계에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2025년 7월 25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규제 완화는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해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동맹국 우대 정책은 한국 AI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한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지원은 한국의 AI 인재와 자본 유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AI 주권 확보와 글로벌 협력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미국의 하위 공급자로 전락할 위험을 경고했다.
2. 중국의 국제 AI 기구 설립 주도: 글로벌 협력과 표준 선점
2.1. 국제 AI 기구 설립의 배경
2025년 7월 26일,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제8회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개막식에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AI 기술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WAICO 설립을 제안했다. 리 총리는 “AI가 소수 국가와 기업의 배타적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술 독점과 봉쇄는 AI를 소수만의 전유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오픈소스 AI 발전을 지원하고, 특히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와 기술 공유를 통해 AI 혁신을 보편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 교육부는 2025년 발표한 '고등 교육기관 AI 혁신 행동방안'을 통해 50개의 AI 대학 및 연구소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AI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계획은 다음과 같은 3단계 목표로 구성된다:
2025년까지: AI 기술 혁신 시스템 최적화, 15개 선도 기업 중심의 생태계 구축.
2027년까지: AI 인재 육성 체계 개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강화.
2030년까지: 중국을 AI 혁신 국가의 최전선으로 자리 잡게 한다.
2.2. 국제 AI 기구의 역할과 목표
리창 총리의 WAIC 연설과 중국 외교부의 'AI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한 행동계획'에 따르면, WAICO는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 데이터 공유, 기술 표준화를 목표로 한다. 이 기구는 마치 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스포츠 규칙을 정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과 유사한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표준 제정: AI 기술의 국제 표준을 주도하여 중국의 기술 생태계를 세계에 보편화한다. 리 총리는 “현재 AI 거버넌스는 분절화되어 있으며, 국가마다 규제 개념과 제도가 크게 다르다”며 글로벌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이터 공유 및 협력: 국가 간 데이터 공유 협정을 통해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특히 개발도상국에 데이터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 상하이시는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 권한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병목’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윤리적 AI 프레임워크: AI의 안전성과 윤리적 사용에 대한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며, 서구 중심의 AI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항한다. 리 총리는 “AI가 인류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려면 공동 거버넌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AI 지원: 중국은 딥시크(DeepSeek), 키미(Kimi)와 같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통해 기술 공유를 촉진한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WAIC에서 “중국의 AI 모델은 오픈소스인 반면, 미국은 폐쇄 소스이고 핵심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접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또한 희귀 광물 공급 제한과 자체 반도체 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고 있다. 이는 미국의 AI 행동 계획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국이 자국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2.3. 한국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WAICO 설립 제안은 한국에 새로운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데이터 공유 협정과 오픈소스 AI 모델은 한국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상하이시의 공공데이터 권한 시스템은 한국 AI 스타트업이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 중심의 표준화는 한국의 AI 기술이 중국 생태계에 종속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마치 한국의 전자제품이 특정 국가의 전원 규격에 맞춰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또한, 중국의 대규모 인재 양성 계획은 한국의 AI 인재 유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은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AI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 미국 vs 중국: 전략 비교와 글로벌 영향
3.1. 접근 방식의 차이
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은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반영한다:
미국: 민간 중심, 규제 완화, 빠른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자유 시장 경제의 특성을 살려 기업의 혁신을 극대화하려는 접근이다.
중국: 정부 주도, 장기적 계획, 글로벌 협력과 표준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 리창 총리의 WAIC 연설에서 강조된 오픈소스와 글로벌 사우스 지원은 중국의 협력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3.2. 글로벌 AI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미국: 미국의 규제 완화는 글로벌 AI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안전과 윤리 규제 완화로 인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AI 윤리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중국: 중국의 WAICO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를 끌어들여 중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WAIC에서 “AI를 친절하게 만드는 기술은 국가 간 공유해야 한다”며 중국의 협력 제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는 서구 국가들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3.3. 한국의 대응 전략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 속에서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
독자적 AI 생태계 구축: 한국 고유의 AI 기술과 플랫폼 개발을 가속화한다.
국제 협력 강화: 미국, EU,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한다.
인재 유출 방지: 해외 AI 인재 귀환 지원과 국내 AI 교육 강화로 인재 풀을 확보한다.
4. 한국의 기회와 도전 과제
미국의 AI 행동 계획과 중국의 WAICO 설립 주도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은 민간 중심의 빠른 기술 개발로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중국은 정부 주도의 협력과 오픈소스 전략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에서 기회를 포착하면서도, 장기적으로 AI 주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단순한 참여자를 넘어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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